봄이 되면 우리 강아지 새끼들은 콧바람이 쐬고 싶나 보다.
산책을 잘 못 가다보니 봄바람이 마음을 설레게 하는 건지.
작년엔 둘이 줄줄이 집을 나가서 맘고생을 시키더니
어제는 쪼꼬가 와이어줄을 끊고 돌아다니다 집에 왔는데
그 새 누가 신고를 해 경찰까지 출동하고
오늘은 순돌이가 줄만 덩그러니 남겨놓고 어디론가 사라졌다.
하....

우리 순돌이는 동네 어르신 댁에서 데려온 아이다.
내가 키우기 시작한 건 순돌이가 6살 때인 2017년.
순돌이 엄마는 진돗개 호구인데, 순돌이와 동배들은 모두 재구이다.
순돌이 아빠는 덩치 큰 백구였다고 하는데 순수 진돗개인지는 모르겠다.
그래서 누가 물으면 그냥 진도 믹스라고 한다.
진돗개이건 믹스견이건 이쁜 내 새끼니까.
그 당시만 해도 이 동네가 시골이라 때만 되면 돌아다니는 개들이 와서 새끼를 가졌나 보다.
순돌이와 동배인 순복이는 한 살을 채 못 채우고 죽고, 하나는 어딘가 공장으로 팔려갔다.
당시 이 동네에서 개의 지위라는 건...
앞으로 조금씩 써 나갈 테지만, 정말 화가 나고 마음 아픈 일이 많다.
순돌이 엄마인 세리는 작년 여름에 18살의 나이로 강아지 별로 떠났다.
세리가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순돌이에게 엄마 이제 없어,라고 얘기해 주곤 했지만
알아들을 리 만무한 순돌이는 엄마가 많이 보고 싶은가 보다.
오늘도 도망가는 순돌이를 따라 가보니
텅 빈 제 엄마 집을
계속 들여다 보고 냄새를 맡는다.
엄마 집을 확인하고 돌아와 요리조리 피해 다니던 순돌이는
아늑하면서도 주변을 다 볼 수 있고
제일 좋아하는 언덕에 자리를 고르고 앉았다.
순돌이에게 엄마의 빈 집은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.
햇볕 아래 꿀잠에 든 순돌이에게 잠시 시간을 줬다.
인형 같은 작은 강아지들을 키우거나 예뻐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큰 개가 무슨 강아지냐고도 한다.
하지만, 내게는 언제나 어릴 적 그대로의 귀엽고 작은 강아지 새끼일 뿐.
하루빨리 우리 순돌이도 기쁨이도, 내 모든 강아지 새끼들이 마음껏 뛰놀고 짖을 수 있는
넓은 운동장을 만들어 주고 싶은데.
누나가 능력이 이것밖에 안 돼서 늘 미안한 마음뿐이야.
우리 오래오래 건강하게 함께 살자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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